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by 김동영

– 이제 겨우 석 달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뿐, 여행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내 여정이 이래야 한다고 정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길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뿐이다. 그동안 두 권의 노트에 짧은 글을 빼곡히 적었다. 그리고 사진도 꽤 많이 찍었다. 하지만 난 언제부턴가 이 대책 없는 여행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불안했던 건, 내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대책 없이 펼쳐진 풍경들 앞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였다. 어차피 난 갈 곳을 미리 정해두지 않았기에 길을 잃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난 바보처럼 자주 길을 잃었다. 망설임이, 불안함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정확한 목적지가 있었다면 오히려 찾아가기 쉬울지도 모르지만 목적지가 없었기에 난 길 위에서 항상 망설였고 자주 서성거렸다. 어느새 저 멀리서 붉은 빛이 번지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해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이제까지 내 주변을 맴돌던 파란 어둠이 서서히 퍼지는  햇살에 녹듯 사라졌고, 떠나 온 걸 후회하는 마음도 함께 증발했다. 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내 결심을 전하기라도 하듯 오줌을 갈기며 소리쳤다. ” 난 절대 후회하지 않아!”

–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떠나는 건 우리의 진심이야.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데도 갈 수가 없으니, 네 얼굴을 닮은 꿈과 내 마음을 닮은 진심을 놓치지 않기를…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려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 저마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꼭 찾아내길 바란다.

– 유치원 다닐 적에 놀이동산에서 처음 길을 잃고 울었을 때처럼 아마 그때 이 넓은 땅덩어리에서 길을 잃을까봐 무서워 울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길을 잃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길은 오직 앞으로만 뚫려 있었고, 어차피 딱히 어딜 가야겠다고 정해둔 곳도 없었다. 내가 멈추는 곳이 곧 나의 목적지였다. 그래도 매순간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불안해하며 지도를 봤지만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울면서 달리는 것뿐이었다.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 …까만 하늘에 빛나는 수만 개의 별들이 보였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건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아까는 듣지 못했던 호수의 잔물결 소리며 작은 풀벌레 소리, 심지어 구름이 내 머리 위로 흘러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 순간 평화가 밀물처럼 내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난 이내 행복했다. 그동안 나를 수없이 망설이게 했던 길에 대한 불안감이 달궈진 팬 위의 버터처럼 소리없이 사라졌다. 저 위에서 누군가가 내가 이곳에 머무는 걸 이제야 겨우 허락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리고 기억이 많은 사람은 혼자 오래 먼 길에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세상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조금은 초라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걸.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내 비록 한 박자가 느려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없을지라도 다시 길을 떠나게 되면 이곳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또다시 그리워질 거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상관없다. 난 분명히 또다시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생각해내고 그것에만 의지하면서 끝까지 길을 갈 거란 걸 알고 있으니까.

– 여행 중에 얻은 또 다른 휴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내가 좋아하는 안선배가 해줬던 말처럼,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진걸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훌륭한 경험인지 모른다.

+

 한참동안 찾아다니다가 우연치 않게 발견한 보물같은 책이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만을 써내려갔다라는 평을 어디서 봤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행중에 보는 신기하고 재밌는 일들이나 유명한, 혹은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를 써내려 갈 수도 있겠지만, 여행이란게 어느 한순간 반짝하고 사라지는 불꽃놀이가 아닌, 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  삶 그자체 이고,  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의 삶이 결국엔 나 자신을 찾는 여행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의 작가가 그 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위에서 자기자신의 단어들을 담담히 써내려간게 참 맘에든다. 어제 샀는데 이미 포스트 잇은 덕지덕지 붙어있고, 카페에 앉아서 책의 2/3를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다 읽게 되었는데, 책을 덮는 순간부터 내용들이 다시 생각난다. 글자 하나하나가 나에게 위로와 내안에서 만개하길 기다리는 열정을 톡하고 건들이는것 같은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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